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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대권(大權) 고스톱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대권(大權) 고스톱

  • 기자명 변평섭
  • 입력 2024.03.1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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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뉴스더원]영화 ‘서울의 봄’이 요즘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암살 후 권력을 장악하는 신군부의 반란 과정이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물론 그 중심인물은 당시 보안사령관 전두환 육군 소장.

그는 무지막지하게 멀쩡한 육군참모총장을 체포하고 12월 12일 9사단 육군참모총장을 체포하고 12월 12일 9사단 등 군을 동원하여, 서울을 무력으로 장학하는 데 성공했고 대권까지 차지하고 만다.

그 무렵 이런 사태를 풍자한 고스톱이 유행이었다. 대권 고스톱이라고도 불렸고 전두환 고스톱이라고도 했다.

화투장의 ‘비’ 넉 장을 갖게 되면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화투장에서 아무것이나 한 장씩 뺏어오는 것이다. 화투에서 ‘비’는 12를 뜻하기 때문에 12·12 사태의 군 반란을 표현한 것이다.

전두환 사령관의 벗겨진 머리를 빗대어 화투 ‘팔공’ 광을 갖게 돼도 상대방 패에서 아무것이나 뺏어올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카드 게임에서는 있을 수 없는 불공정한 횡포다. 서양 사람들이 즐겨하는 카드 게임에서도 이런 횡포는 없다.

‘팔공’ 광을 잡거나 ‘비’ 넉 장을 손에 넣게 되면 판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 요즘 국회의원 공천을 앞두고 벌어지는 행태도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3년도 못 남은 대통령 선거전이 벌써 시작된 것이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우 그렇게 공천 반발에 부딪히면서도 내 편이 아니면 무섭게 잘라낸 것도 대선을 위한 포석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이재명 사당(私党)’ ‘비명횡사’ ‘가짜 민주당’ ‘방탄 공천’ ‘자기 손에도 피를 묻혀야 할 것’ ·· 등등, 소름 끼칠 어휘들이 난무했지만, 이 대표는 “떠들어라. 그래도 기차는 달린다”라는 식으로 밀어붙였다.

선거 후 있을 당권 경쟁에서 확실히 이겨야 하고 그래야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만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성남 시장에서 경기도지사, 대선 후보, 국회의원, 당 대표가 되는 데 불과 10년밖에 걸리지 않은 것도 그런 의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 때 위성 정당의 폐해를 막는 선거 개혁을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 폐지를 공약했으나 결국 이 약속을 뒤집는 바람에 위성 정당이 다시 부활됐고 시민단체 그리고 진보 정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을 창당했다.

그래서 2012년 해산된 통진당 세력의 원내 진출이 가능해졌다. 물론 이번에 반미 단체에 속한 대표 등, 여론이 빗발쳤던 후보가 사퇴했지만 한두 명 사퇴로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조국혁신당 역시 비례대표로 국회 진출이 확실시되는데 윤석열 정권의 조기 퇴진과 한동훈 국민의 힘 위원장의 특검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조국 대표가 1, 2심 모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판결을 기다리고 있는가 하면 조국혁신당에 합류한 황운하 의원도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민주당으로서는 그런 건 문제가 안 되는 것 같다. 이래저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민주당으로서는 큰 플러스가 될 것이다.

옥중에 있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소나무당’을 만들어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밖에도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 유지와 비례 위성 정당에 비례대표만을 노린 ‘떳다방’식 정당이 난립할 것인데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35개 정당이던 게 22대에는 53개, 투표용지 길이만도 70-80cm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투표 관리도 문제이지만 유권자 역시 투표 명단 찾기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개혁, 개혁 말로만 외쳤지 실제로 우리 정치는 이렇게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다 ‘대권 고스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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