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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봉황의 섬, 승봉도를 가다

[기획] 봉황의 섬, 승봉도를 가다

  • 기자명 장철순 기자
  • 입력 2023.11.2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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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학교 회원들, 천혜의 섬, 승봉도를 가다

승봉도 남대문바위(일명 코끼리 바위) 전경.  ©김노천 사진작가
승봉도 남대문바위(일명 코끼리 바위) 전경.  ©김노천 사진작가

[뉴스더원=장철순 기자]지난 주말(11월 25일 토요일) 아침, 인천 연안부두 여객터미널은 승봉도를 비롯해 백령도 등으로 가는 여객선을 타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이날 순례길 학교(교장 조용주 변호사) 회원 20여 명은 설렘으로 여객선을 타고 1시간 30분만에 승봉도에 무사히 도착했다. 며칠 전부터 바람이 많이 불어 파도가 높으면 배가 못간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날씨마저 화창했다.

승봉도 걷기에는 김기룡 (사)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장, 정철진 숲 해설가가 함께 했다.

마을 안길로 들어서 한참을 걷던 김기룡 이사장은 승봉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승봉도는 옹진군 자월면 승봉리로 자월면에는 대이작도, 소이작도, 자월도, 승봉도 등 4개의 유인섬으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4개의 섬 중에서 승봉도에는 농토가 있어 고기도 잡고, 쌀도 생산돼 가장 부유한 곳이라고 했다.

승봉도는 섬 모양이 날아오르는 봉황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또 '신황도'로 불리기도 했다. 승봉도 부근에서 고기잡이 하던 신씨, 황씨 성을 가진 어부가 폭풍을 만나 섬에 들어와 정착해 두 사람의 성씨를 따 '신황도'로 불렸다는 것이다. 

폐교위기를 맞고 있는 인천주안남초등하교 승봉분교 전경.  ©장철순 기자
폐교위기를 맞고 있는 인천주안남초등하교 승봉분교 전경. ©장철순 기자

"저쪽에 2층 건물이 보이시죠? 학교인데 3년째 학생이 없어 폐교위기를 맞고 있어요"

대이작도 주민이기도 한 정철진 숲해설가는 "어떻게든 활용이 돼야 할텐데 걱정이다"며 안타까워했다.

승봉도 해변과 여인. ©김노천 사진작가
승봉도 해변과 여인. ©김노천 사진작가

순례길 학교 일행은 이일레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고운 모래가 펼쳐진 이곳은 경사가 완만해 물놀이 하기에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안전요원이 배치된 승봉도의 유일한 해수욕장이 바로 이곳이다.

'이일레'라는 이름은 해수욕장의 모양이 반원형 형태로,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던 엘레빗과 유사한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이일레해수욕장 해안가 부근에 있는 노출된 암석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에 마그마의 관입으로 생긴 섬장암으로 구성되어 있고, 변성작용을 받아 방향성이 있으며 미세하게 휘어진 습곡도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이일레해수욕장 북동쪽에 있는 승봉도 산림욕장. 

승봉도 산림욕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정철진 숲해설가. ©장철순 기자
승봉도 산림욕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정철진 숲해설가. ©장철순 기자

정철진 숲해설가는 이곳에 들어서자 "마음껏 숨을 쉬며 걸으세요.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오는 시간입니다"고 말했다.

그는 수국을 심어 3년 후에는 승봉도 산림욕장을 수국섬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아침 햇살에 소나무 사이로 해무가 들어오는 날은 그야말로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진다고 소개했다.

승봉도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김기룡 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장. ©장철순 기자
승봉도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김기룡 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장. ©장철순 기자

 해송 군락지를 따라 이어진 둘레길은 명상의 길과 같았다. 정상에는 승봉도에서 가장 오래된 소나무 '당산나무'가 있었다.  

그는 삼림욕장의 꽃, 열매 등에 대해 재미나게 알려줬다. 천연 해충제로 쓰이는 미국자리공, 길가의 장구밥나무, 해당화 열매 등등.

이어 도착한 부두치해변. 파도의 부딪침이 강하다고 해서 불려진 부두치 해안가를 따라 갯티 산책로가 목섬으로 이어진다.

목섬은 간조때는 해수면이 낮아져 섬이나 육지에서 가까이있는 섬까지 걸어갈 수 있으나 만조때는 걸어갈 수 없는 섬을 말한다. 승봉도에서 목섬까지의 길이는 길지 않지만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고 있으며 목섬에서 신황정으로 가는 목섬 주변 해안가에는 잔자갈과 굴껍질이 수북하다.   

목섬 앞에서의 휴식시간. 정철진 숲 해설가는 무언가를 내밀며 냄새를 맡아보라 한다. 일행들은 작은 알갱이를 씹어보기도 하고, 냄새를 맡으며 궁금해 했다.

그는 "이게 바로 순비기예요. 모래사구에서 서식하는 식물인데, 차로 마셔도 되고 머리맡에 두면 머리가 맑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바다를 가장 많이 오염시키는 건 어구"라며 "미세 스티로품 등을 물고기들이 먹고 그걸 사람이 먹게 된다"고 환경보호에 대해 강조했다.

목섬 전망대에서 그는 승봉도 앞바다와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을 펼칠 때 승봉도 앞 바다쪽으로 330척의 군함이 돌진하는 것을 주민들이 이 곳에서 목격했다고 한다. 

김기륭 이사장은 이어 승봉도의 3대 바위인 촛불바위, 부채바위, 남대문 바위를 보러간다고 일정을 알려줬다.

가장 먼저 나타난 촛대바위. 

김 이사장은 "바위가 갈라진 곳에 또 다시 지각변동으로 힘이 가해면 바위가 이동하게 되는데 그것을 단층이라고 한다"며 "이때 암석 지각변동에 의해 생긴 것이 '절리'고 마그마에 의해 바닷물로 수축된 주상절리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부채바위에는 하나의 전설이 전해진다. 승봉도에 귀양온 선비가 부채바위를 종이로 시문을 쓰고 지우고 했는데 귀양에서 풀려나 과거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장원급재를 하였다는 내용이다. 지금도 이곳에선 간혹 수능시험 등 소원성취를 비는 사람들이 온다고 한다. 

승봉도의 동쪽해안은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침식지형의 진화 과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해식동굴에서 초창기 시아치로, 초창기 시아치에서 매우 크게 발달된 시아치인 남대문바위. 남대문바위와 같은 시아치가 중력 붕괴로 무너져 부채바위나 촛대바위와 같은 시스택으로 변해가는 진화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남대문 바위를 보러 가던 중 모래 언덕에 큰 바위 하나가 보였다.

12억년 전부터 만들어진 모래 규암. ©장철순 기자
12억년 전부터 만들어진 모래 규암. ©장철순 기자

12억년 전 바다에서 모래가 쌓여 생긴 암석이 차돌이 됐다고 한다. 여행객들이 알 수 있도록 바위에 대한 설명 안내문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승봉도의 최고 비경으로 손꼽는 남대문바위. 이곳 암석도 촛대바위와 같은 규암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남대문 바위은 매우 큰 시아치로, 여러 사람이 함께 통과해 바다를 볼 수 있다. 간조때나 볼 수 있는 절경이다. 특히 사랑하는 남녀가 손을 잡고 함께 남대문 바위를 통과하면 사랑의 결실이 이루진다고 한다. 

순례길 일행들은 사진촬영에 들어갔다. 남대문바위 앞의 물과 바위, 바다를 배경으로 한 사진은 꼭 간직하고 싶은 장면이다. 

이날 오후 승봉도 여행을 마친 순례길 회원들은 배에서 내리자 마자 연안부두 연오랑 등대를 가보기로 했다.

연안부두 연오랑등대. ©장철순 기자
연안부두 연오랑등대. ©장철순 기자

 인천시는 연안여객터미널 주변 역무선 방파제 상부에 친수 보행로를 확장·설치했다. 높은 방파제로 바다를 제대로 볼 수 없었는데, 방파제 위로 데크를 설치해 탁 트인 바다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게 한 곳이다.

인천 앞바다 및 입출항 선박, 인천대교 등 해양 경관을 개방감 있게 즐길 수 있도록 추진한 이 사업은 지난해 12월 착공해 올 7월 완공했다.

길이 294m, 폭 6m의 친수 보행로를 걷는 동안 일행들은 "이런 곳이 있었네요"라며 즐거운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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